19년 11월 영양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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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경화 작성일19-11-14 19:35 조회1,311회 댓글0건본문
1. 초콜릿은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을까?
초콜릿의 역사는 기원전 3천여 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초콜릿을 처음으로 먹고 즐긴 이들은 중앙아메리카 원주민들, 즉 아스텍문명인이다. 아스텍문명인들은 원래 수렵생활을 했으나 멕시코 중앙고원에 정착하면서 농경문화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그 중 카카오나무는 유난히 인기가 높았다. 아스텍문명인들은 카카오를 신의 열매라 부르며 귀하게 여기고 오랫동안 재배하였다.
초콜릿을 먹기 시작했을 때는 딱딱한 고체형태의 초콜릿이 아니라, 코코아와 같이 뜨겁게
마시는 초콜릿 차의 형태였다. 아스텍문명인들은 정신을 맑게 해주고 기운을 북돋아주는 효능을
가진 초콜릿 차를 신성한 음료로 여겨 종교 의식에 사용하였다. 아스텍의 황제 몬테수마 2세는
특히 초콜릿을 좋아했는데 저항력을 길러주고 피로를 덜어주는 초콜릿 차 한 잔이면 하루 종일
음식을 먹지 않고도 걸을 수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 초콜릿 차는 신분에 따라 품질의 차이가 있었는데 신분이 높을수록 카카오 함량이 높았다고 전한다. 한편 말린 카카오 열매는 갈색금이라 불리면서 화폐로 사용되기도 했는데, 카카오 열 알로 토끼 한 마리를, 백 알로는 노예 한 명을 살 수 있을 정도로 귀했고, 공물이나 세금으로 사용했을 만큼 인기가 많았다.
훗날 스페인이 아스텍 왕국을 정복하면서 스페인 사람들도 초콜릿 차를 맛보게 되었는데, 쓴맛이 강해 돼지들이 먹는 음료 같다고 표현할 정도로 인기가 없었다. 그러다가 사탕수수, 바닐라, 오렌지꽃 등을 넣어 달콤한 초콜릿 차로 개선하면서 스페인 귀족 사회에서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스페인 궁정의 초콜릿 차에 대한 사랑은 17세기부터 19세기까지 식을 줄을 몰랐다. 초콜릿이 처음 유럽으로 전해진 것은 15세기 말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에 의해서였지만 유럽전역으로 퍼지게 된 것은 스페인 왕실과 혼인을 맺은 유럽 왕실을 통해서였다. 17~18세기 프랑스는 스페인 출신의 공주가 왕비가 되면서 초콜릿이 유행하기 시작
하였는데, 초콜릿 전용 주전자를 발명할 정도로 프랑스 상류층에게 예식용 차로 대접받았다.
2. 초콜릿 차가 고체형태의 초콜릿이 되기까지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은 초콜릿 차를 좀 더 다양하게 즐기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18세기에 이르러서는 계란노른자, 설탕, 우유, 향료, 젤라틴 등을 넣어 만든 ‘초콜릿 바바레이자’와 커피, 초콜릿,
크림을 섞어 만든 ‘비체린’을 즐겼다. 뿐만 아니라 여러 요리에도 응용되어 초콜릿 케이크,
초콜릿 아이스크림, 초콜릿 수프, 초콜릿 셔벗으로 만들어 먹기도 했다.
그리고 19세기 중반에 이르러서야 마침내 카카오반죽을 이용하여 오늘날 우리가 흔히 먹는 고체형태의 초콜릿이 탄생하게 된다. 이전까지는 부유층과 귀족 계층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사치적 기호식품이었다면, 딱딱하게 굳은 판형 초콜릿의 개발로 대량생산이 일반화되면서 초콜릿은 대중적인 식품이 된다. 이후 전 세계에 여러 초콜릿 공장들이 생기면서, 손쉽게 초콜릿을 구할 수 있게 되었다.
3. 달콤한 초콜릿의 씁쓸한 이면
달콤한 초콜릿이 대중화된 이면에는 씁쓸한 진실이 숨어있다. 유럽에서의 초콜릿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제국주의 열강들은 카카오 원산지인 중남미와 아프리카 등 식민지에서 플랜테이션 농업으로 초콜릿 대량생산을 시작했다. 플랜테이션농업은 서양인이 자본과 기술을 제공하고, 원주민이나 이주노동자들의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는 기업적인 농업경영을 뜻한다. 세계대전 이후 식민지였던 국가들은 해방되어 독립하게 되었으나 서양의 자본과 기술, 값싼 노동력을 활용한 농업이 계속되면서 여전히 저임금 착취구조에서 살고 있다.
플랜테이션 형태의 카카오 농장이 지닌 또 다른 문제는 바로 아동노동이다. 전 세계 카카오 생산량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서아프리카 국가들은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어린 아이들을 농장에서 일하게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과정에서 인신매매와 노예계약이 일어나기도 한다. 아이들은 학교도 가지 못하고 하루 종일 산길을 오르며 무거운 짐을 나르고, 살충제와 같은 독한 화학물질에 노출된다. 칼로 코코아 껍질을 벗기는 위험한 작업을 하다가 다치기도 하고, 코코아를 장시간 햇볕에 말려야하므로 뙤약볕에서 고된 작업을 버텨야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공정무역운동이다. 공정무역이란 경제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의 불공정한 무역구조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산자들이 생산원가와 생계비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공정한 가격을 지불하는 무역을 말한다. 다국적 기업 등이 이윤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적정한 생산이윤을 보장받지 못하는 개발도상국 생산자와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대표적인 공정무역 품목으로는 초콜릿 외에도 커피, 설탕, 각종 열대과일 등이 있다. 주로 직거래를 통해 수입이 되며 소비자의 윤리적 소비를 통해 구매된다.
초콜릿이 대중화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로는 값싼 팜유의 사용을 들 수 있다. 글로벌 식품업체들은 초콜릿을 만들 때 비싼 카카오버터대신 저렴한 팜유를 사용한다. 초콜릿의 맛과 질은 떨어졌으나 단가는 내려갔다. 우리나라에 유통되는 초콜릿 역시 팜유를 사용하여 만든 것이 대부분이다. 팜유 사용으로 인한 문제는 비단 맛과 영양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팜유의 원료인 종려나무과 식물 재배를 위해 열대우림이 파괴되고 있다는 데 있다.
초콜릿을 입안에 넣었을 때 느껴지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하지만 그 이면의 진실이 너무나도 쓰디쓰다. 달콤함에 취해 쓴맛을 모르고 지나치기엔 가려진 진실의 무게가 너무 무겁다. 이제부터라도 초콜릿의 달콤함에 가려졌던 쌉싸름한 맛을 함께 느껴본다면 어떨까 싶다.